청포묵은 도토리묵, 메밀묵과 함께 널리 알려진 우리 음식입니다. 희고 투명한 듯한 색감과 찰랑거리는 탄력감과 쫀득거리는 식감이 일품이지요. 그 청포묵을 다른 재료와 함께 무쳐 청포묵 무침을 만듭니다.
전분이 풍부한 녹두
콩류는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해서 건강식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말린 서리태로 예를 들면 약 39%가 단백질이고, 탄수화물은 약 30%이며 이중 약 21%가 섬유질로, 신경 쓰이는 탄수화물의 양은 10%가 채 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콩류는 대개 건강식품으로 불립니다.
하지만 콩류라고 해서 모두 탄수화물 함량이 적은 것은 아닙니다. 녹두, 팥, 강낭콩 등은 탄수화물 함량이 60% 정도로 많고, 단백질은 20% 정도로 적습니다. 이렇게 녹두는 전분 함량이 많아 가루를 내어 당면을 만들기도 하고, 녹두전을 부치기도 하며, 떡고물로 쓰기도 하고, 물에 불려 갈아 가라앉혀 얻은 전분으로 녹두묵을 쑤기도 합니다. 그렇게 녹두 전분으로 쑨 녹두묵이 청포묵입니다.
희고 맑은 녹두묵
녹두(綠豆)라는 이름은 ‘푸른색 콩’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푸른 콩으로 만든 녹두묵을 청포(淸泡)라 합니다. 하지만 ‘청포’의 ‘청’자는 녹두처럼 푸른색을 뜻하는 ‘청(靑)’자가 아니라 ‘맑다’는 뜻의 ‘청(淸)’자입니다. 여기에 두부를 뜻하는 ‘포(泡)’자를 더해 ‘맑은 두부 – 청포(淸泡)’라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래요. 만드는 방식은 다르지만, 녹두묵도 두부처럼 콩으로 만들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색이 희고 비칠 정도로 맑아요. 그래서 ‘맑은 두부 – 청포(淸泡)라 했을 테지요.
바로 이 맛
전분은 그 자체로는 특별한 맛도 없고 향도 없습니다. 따라서 그런 전분으로 만든 녹두묵도 특별한 맛도 없고 향도 없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 녹두묵 청포의 맛입니다. 있는 듯 없는 듯한 바로 그 맛이 다른 재료와 어울리면 그 재료의 맛과 향을 살리고, 희고 맑은 색감과 쫀득쫀득한 식감 그리고 젓가락으로 집으면 출렁이는 탄력이 음식의 풍미를 더하니까요. 그래서 예로부터 청포묵은 잔칫상에 올려지고,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 ‘탕평채’라는 이름을 얻을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탕평채
탕평채는 청포묵 무침의 특별한 이름입니다. 가늘고 길게 썬 청포에 소고기, 미나리, 김, 버섯, 숙주나물 등 여러 나물을 섞어 무친 청포묵 무침입니다. 조선 21대 왕 영조가 당파 간의 세력 균형을 위해 탕평책을 시행했는데, 청포와 온갖 채소가 어우러져 하나의 맛을 내는 청포묵 무침이 바로 그런 모양이었기 때문이랍니다. 형형색색 갖은 재료가 어우러져 하나의 접시에 담겨 귀한 맛을 내니까요.
청포묵 무침은 바로 그런 음식입니다. 묵 본연의 맛과 향은 없지만, 특유의 색감과 식감으로 다른 재료들과 어울려 넉넉한 한 끼를 채워줍니다. 밥과 함께 찬으로 먹어도 좋고, 간을 약하게 해서 청포묵 무침만으로도 족합니다. 점심 한 끼로도 좋고, 간식으로도 좋습니다. 언제든 간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Print청포묵 무침
Ingredients
- 청포묵 400g
- 계란 1개
- 파 1줄기
- 소금 1작은술
- 참기름 1큰술
- 구운김 약간
- 통깨 약간
Instructions
- 청포묵은 길이 4cm 두께 0.5cm 정도로 채썰듯 썰어 준비합니다.
- 파도 가늘고 길게 썰고, 구운김은 잘게 가루로 만듭니다.
- 계란은 얇게 부쳐 채썰어 준비합니다.
- 그릇에 채썰어 준비한 청포묵을 담고 소금 1작은술과 참기름을 넣어 잘 섞으세요.
- 썰어 놓은 파와 김을 넣고 한 번 더 섞으세요.
- 접시에 옮겨 담고 채썬 지단을 올린 후 통깨를 뿌려 냅니다.
Notes
- 소금 대신 간장으로 간을 해도 되지만, 소금간이 조금 더 담백합니다.
- 청포는 끓는 물에 살짝 데치면 부드러워집니다.